안녕하세요. 뱅크샐러드 보험 스쿼드의 테크 리드(Tech Lead) 하조은입니다.
“테크 리드라고요? 어떤 일을 하는 직무죠?”
이런 의문이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테크 리드를 이렇게 정의하고 있습니다. ‘기술적 의사결정을 담당하고 책임을 지는 사람’. 그럼 제 소개를 이렇게 바꿔볼 수 있겠네요. 안녕하세요. 저는 보험 스쿼드의 기술적 의사결정을 담당하고 책임을 지는 하조은입니다.
사실 제가 처음부터 테크 리드를 맡은 건 아니었습니다. 뱅크샐러드에는 웹 프론트엔드 엔지니어로 합류했죠. 처음 테크 리드를 맡은 건 뱅크샐러드에 합류한 지 6개월 뒤의 일이었습니다. 금융 비서라는 기능을 만드는 팀에서 기술적 의사결정을 담당했습니다. 그 후로 지금까지 조직을 옮기면서도 유사한 일을 맡고 있습니다.
사실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이 일을 맡으며 스스로 테크 리드라고 소개하는 게 참 부담스러웠습니다. 모르는 게 너무 많다는 생각에 스스로 자격이 없는 게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도 앞서 테크 리드라고 소개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제는 조금 자신감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제게 이런 변화를 만들어준 건 Fearlessness(두려움 없음)라는 뱅크샐러드의 핵심 가치 덕분입니다. 오늘은 제 경험을 토대로 뱅크샐러드의 두려움 없이 성장하는 조직 문화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서론이 길었네요. 이제 본문으로 갑시다!
스쿼드가 만들어진 초기엔 서버 개발자가 없었습니다. 엔지니어는 저를 포함한 프론트엔드 개발자 두 명이 전부였죠. 그 때문에 서버가 필요한 스펙을 구현할 수 없었습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매니저가 제게 새로운 도전을 제안했습니다.
“조은님, 이참에 직접 서버도 해보는 건 어떠세요?”
저는 “너~무 좋죠!”라고 답하며 도전을 수락했습니다. 여기가 바로 변화의 시작입니다. 저는 왜 그렇게 말했을까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제 안에 두려움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테크 리드로서 자신감도 없고 늘 두려웠습니다.
‘프론트엔드 개발자가 테크 리드를 할 수 있겠어?’, ‘서버도 모르면서 어떻게 기술적인 의사결정을 하지?’, ‘나 때문에 망하는 건 아닐까?’, ‘다들 나만 믿고 있는데…’ 같은 생각이 제 안에 가득했습니다. 두려웠습니다. 이런 생각을 떨쳐버릴 기회가 온 것 같아 좋다고 답했던 것이죠.
처음엔 긍정적인 생각으로 가득했습니다. 잘될 것 같았습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도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로 했을 때 근거 없는 자신감과 설레는 마음이 들 때가 있으실 겁니다. 제가 딱 그랬습니다. ‘이참에 서버를 익히자. 너무 좋은 기회야!’, ‘프론트엔드 개발자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자!’, ‘할 수 있다. 10X 가즈아!’ 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그것도 잠시… 다시 막막한 기분이 듭니다.
서버 개발을 위해 필요한 정보를 탐색하는 데 정말 어려웠습니다. ‘어디서부터 이걸 시작해야하지?’, ‘하던 거나 잘 하는 게 좋지 않을까?’, ‘내가 진짜 할 수 있을까?’, ‘모르는 게 너무 많은데 이걸 모른다고 말해도 되나?’ 같은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터무니없고 괜한 걱정이었습니다. 하지만 당시에는 이런 걱정, 두려움 때문에 눈앞이 캄캄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저는 일정 내에 스쿼드에서 필요한 서버 개발을 완수했습니다. 그리고 테크 리드로서도 한층 성장했죠. 어떤 과정을 거치며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을까요?
두려움을 다루며 성장하는 과정에 저는 세 가지 단계를 겪었습니다.
첫 번째로 ‘두려움의 대상을 정확하게’ 했습니다. 제가 느꼈던 두려움은 지금 글을 읽고 계신 분들의 상당수가 느껴보신 감정일 겁니다. 우리가 모두 처음 조직에 적응할 때나 새로운 일을 맡아 적응하는 과정에 두려움을 느끼죠. 그런데 이런 모습이 너무나 당연하고 한편으로 자연스러운 모습이라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이를 Imposter Syndrome이라 부른다고 합니다.
일명 사기꾼 증후군으로 불리는 이 현상은 ‘존경하는 사람들이 모인 곳에 들어갈 때 나 혼자만 내세울 게 없는 사람처럼 느껴지는 현상’을 뜻합니다. 일하는 곳에서 “다들 잘하고 있는데 나만 못하는 게 아닐까?”하고 느낀다는 거죠. 딱 제가 겪고 있는 현상이었습니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저는 잠시 생각에 잠겼습니다. “두려움이 내게 도움이 될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두려움이 저와 여러분에게 도움이 될까요? 당연히 아닙니다. 실제로 두려움은 우리를 굉장히 소심하게 만들어 생산성과 업무 효율을 저하합니다.
‘회의에 나만 초대하질 않았잖아? 왜지…? 내가 부족해서 그런가?’, ‘저번에 올라온 글 나 보라고 한 말 아니야?’, ‘나를 적임자로 인정해주지 않는 게 분명해’ 다들 일하면서 한 번쯤 해보셨을 생각이죠. 이런 생각은 우리를 침묵하게 만듭니다. 침묵은 실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어떠한 도움도 주지 않습니다. 우리가 진짜 두려워하고 있는 건 무엇이기에 두려움을 느끼고 침묵하게 되는 걸까요?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5 Whys 기법을 사용했습니다. 뱅크샐러드가 사후부검(Postmortem)에서 자주 활용하는 방법이죠. 문제의 궁극적인 원인까지 도달하기 위해 반복적으로 ‘왜?‘라고 질문해보는 겁니다. 반복적으로 무엇을, 왜 두려워하는지 질문했습니다. 결국엔 동료들로부터 신뢰받지 못할까 두려워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함께 일하고 있는 사람들의 시선과 평가를 두려워하고 있었던 것이죠. 함께 뜻을 이루기 위해 협력해야 하는 사람들을 두려워하고 있다뇨. 이러려고 여기서 일하고 있는 게 아니란 생각이 들어서 제가 왜 여기 뱅크샐러드에서 일하고 있는지 다시 한번 질문했습니다. 답은 분명했습니다. 저는 뱅크샐러드가 추구하는 가치, 미션을 이뤄보고 싶어서 일하고 있습니다.
만약에 다른 구성원도 모두 같은 마음이라면, 우리가 함께 이 일을 이뤄가는 동료라면 이들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죠. 정말 우리가 하나의 목표를 향해 가고 있다면 우리는 목표를 이루지 못하는 걸 두려워해야 합니다. 혹시나 하나의 목표를 바라보지 않고 있다면 저는 회사를 떠나면 되는 것이었습니다. 그뿐이죠. 저를 어떻게 평가하는지는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이제 두려움의 대상이 분명해졌습니다.
두려움의 대상을 분명하게 했더니 어려움을 두려움으로 착각하지 않게 됐습니다. 어려운 걸 어렵다고 말하지 못하게 만드는 두려움이 사라졌으니까요. 이젠 두려움 없이 질문하며 배움을 청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마주하는 어려움을 주변에 솔직하게 털어놓았습니다. 다른 업무의 우선순위로 인해 일정보다 빠르게 서버 개발을 마무리해야 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매니저에게 일정 내에 일을 마무리할 역량이 되지 않는다고 솔직하게 말씀드렸습니다. 지금으로선 시간도 역량도 부족하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았습니다.
그랬더니 엔지니어링 파운데이션에서 저를 서포트해 줬습니다. 서버에서 사용되는 Go 언어에 대한 진입 장벽을 낮추기 위한 온보딩 문서를 제공해주셨습니다. 문서를 통해 기본적인 문법과 환경 설정법은 물론 왜 Go를 사용하고 실제론 어떤 방식으로 활용되고 있는지 이해할 수 있었죠. 주로 활용되는 코드는 라이브러리 형태로 제공하고 있어 Best Practice를 빠르게 취할 수 있었습니다. 처음 사용해보는 언어였지만 코드 리뷰를 통해 안정적이고 읽기 좋은 코드를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스쿼드에선 저를 믿고 제가 서버 개발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해줬습니다. 그 후로는 두려움 없이 서버 개발에만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해당 기간에 JIRA에 등록된 티켓 대부분이 서버 개발에 관한 내용이었습니다. 동료들의 도움으로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 것이었죠. 이처럼 누군가가 저를 믿고 도와준다고 생각하니 심리적 안정감이 생겼습니다. 어떤 기분인지 잠시 비유를 해볼까요.
인라인스케이트나 스케이트보드를 배워본 적 있으신가요? 처음 배울 땐 많이 넘어집니다. 넘어질 거란 사실에 두려워 첫발을 내딛기도 어렵죠. 이때 보호 장비를 착용하면 넘어져도 다치진 않을 거란 믿음이 생겨 보다 과감하게 발을 내디딜 수 있습니다. 서버 개발과 테크 리드로의 성장이 마치 스케이트보드 같았습니다. 보호 장비가 되어준 건 동료들이었습니다. 언제든 모르는 것을 묻고 부족함을 인정하면 자기 일처럼 찾아와주는 동료들이 있었습니다. 안정감을 느끼니 마음껏 코드를 작성하고 새로운 기능을 개발할 수 있었죠.
이렇게 두려움을 털어놓고 안정된 마음으로 일에 임하다 보니 문제 해결에 몰입할 수 있었습니다. 막상 일하면서 보니 생각보다 해야 할 일이 많았습니다. 이제 효과적으로 시간을 활용할 전략이 필요했습니다.
저는 바쁘고 어려운 일을 하고 있을 때면 매일 밤 캘린더에 일정을 미리 등록해 내일을 준비합니다. 루틴을 만드는 것이죠. 뱅크샐러드에선 다양한 근무 형태가 존재하기 때문에 제가 원하는 루틴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업무 유형에 따라 공간을 바꿔가며 일하기도 했습니다.
처음 서버 개발을 했을 때 해야 할 일이 많았습니다. 하루하루가 막막하고 두려웠죠. 그래서 하루 전에 다음날을 계획했습니다. 이렇게 만든 루틴에 맞춰 생활하자 출근이 두렵지 않았습니다. 이땐 가급적 캘린더의 알림이 울리는 대로 움직입니다. 전에 하던 일이 무엇이건 캘린더에서 테스트 코드를 짜야 한다고 말하면 일단 움직여서 행동하고 보는 거죠.
앞선 일을 다 하지 못했더라도 일단 시작했습니다. 몸이 움직이는 게 먼저입니다. 나머지는 다음 일정에 다시 추가해서 마무리를 지을 수 있습니다. 하나의 과제가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는 걸 알게 됐다면 다음에는 조금 더 길게 시간을 잡으면 됩니다.
물론 예상치 못한 계획에 없는 일도 많이 생깁니다. 이때는 우선순위를 가지고 일을 처리합니다. 개인적으론 기술적 의사결정이 필요한 일, 코드 리뷰와 같은 일은 가급적 높은 우선순위를 가지고 처리했습니다. 저는 테크 리드로서 잘하려고 이렇게 루틴을 만들어 일하고 있는 것이니까요. 그 외의 일은 최대한 위임했습니다. 덕분에 예상 가능한 하루를 보내고 매일 매일 즐거운 개발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 결과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일정 내에 서버 개발 작업을 마무리 할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직접 서버 개발을 하면서 테크 리드로서 의사결정도 더 잘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생겼습니다.
여기까지가 제 경험입니다. 하나씩 생각해보면 지난 성장 과정엔 뱅크샐러드의 문화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5 Whys 기법으로 문제의 본질을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잘 갖춰진 문서와 리뷰 문화, 적극적인 협업으로 인해 자신감 있게 일을 해나갈 수 있었죠. 유연근무, 재택근무와 같은 근무 형태 그리고 다양한 업무 공간도 루틴에 맞춰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했습니다.
무엇보다 뱅크샐러드에는 같은 꿈을 가진 동료들이 있습니다.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 ‘세상에 긍정적인 변화를 주는 좋은 서비스를 만들고 싶다’는 꿈이죠. 같은 목표를 바라보기 때문에 저희는 목표를 이루지 못할 것만을 두려워하고 그 외의 두려움을 느끼지 않도록 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노력이 만들어낸 문화가 지금의 저를 만든 원동력이었습니다.
『두려움 없는 조직』이라는 책에 따르면 심리적 안정감은 직원 몰입도와 비례한다고 합니다. 두려움이 없는 상태가 심리적 안정감을 느끼는 상태입니다. 뱅크샐러드는 심리적 안정감을 제공해 구성원이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합니다. Fearlessness를 핵심 가치 중 하나로 내세운 것도 이와 같은 이유에서죠.
뱅크샐러드는 오늘도 같은 목표를 바라보며 매일 두려움 없이 성장하고 있습니다. 저희와 함께하고 싶으신 분들의 아낌없는 지원 부탁드립니다. 지금까지 보험 스쿼드의 테크 리드 하조은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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