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초, 전사 리더십 워크샵이었다. 자산 관리 서비스 아이디어를 모으던 중, 우리 조는 지출 절약 챌린지 아이디어를 전지에 그리고 있었다. 목적지별 목표가 정해져 있고, 최종 목적지를 향해 달리는 졸라맨 그림이었다. 이 때는 이 아이디어가 어떤 방향으로 진화할 지 전혀 알지 못했다.
몇 개월 후, 이 ‘졸라맨 지도’도 여러 아이디어 중 하나로 사업 아이템의 모티브가 되어 논의되기 시작했다. 신규 사용자를 유치하고 서비스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전략으로 “레이스 & 챌린지”라는 새로운 프로젝트명을 가지게 되었는데, 고객에게는 ‘지출 절약’과 ‘재미’ ‘보람’이라는 가치를 전달하고자 하는 목표를 세우게 됐다. 처음 이 아이템을 제품화한다는 이야길 들었을 땐, 대체 이걸 어떻게 만들고 출시하나 싶어 막막했다. 자산 관리 서비스를 게임화하는 것은 분명 큰 도전이었다.
곧이어 회사에서 많은 구성원들이 발 벗고 나서 지출 절약 게임 아이디어를 더욱 구체화 하는데 참여하게 되었다. CEO 태훈님은 ‘머니 게임’을 뱅크 샐러드 앱에서 직접 구현하는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머니 게임’ ‘피의 게임’ ‘오징어 게임’과 같은 서바이벌 게임, 리얼리티 예능 및 드라마에서 아이디어를 많이 얻었지만 우리는 우리 앱의 사용자들에 좀 더 맞는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많은 고민을 거쳤다. 그렇게 샐러드게임이 탄생했다.
샐러드게임은 처음 보는 사용자에겐 낯설고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있었다. 어려운 현실 속에서 사용자들이 허리띠를 졸라매야만 하는 부담을 조금이나마 줄여야만 했다. 게다가 팀플로 지출 내역을 공유해야 하는 민감한 부분도 있다보니 낯선 게임 형식에 대한 거부감을 덜어낼 필요가 있었다. 다양한 컨셉이 논의되었지만 우리 앱의 주요 사용자인 2030대 여성들을 고려했을 때, ‘무해한 귀여움’을 통해 사용자에게 더 편안하게 접근할 수 있을 것이란 가설을 세우게 됐다.
초기 컨셉
혼자 돈을 절약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친구들이나 다른 사람들과 함께 절약하면 동기부여가 되고, 서로 비교하면서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다.
샐러드게임은 5일 동안 사람들과 함께 공동 예산으로 버티는 게임으로, 돈을 쓸 때 개인의 돈이 아닌 공동의 돈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어 초기 컨셉에서는 돈을 사용할 때마다 ‘지름신’ 캐릭터가 등장하여 공동의 돈을 가져가는 형태로 설정했다.
내가 지름신? 너무 죄책감들지 않아?
사용자에게 돈을 쓰게 하여 죄책감을 느끼게 함으로써 강제적으로 소비를 조절할 수 있도록 하려는 의도였다. 그러나 필요에 의해 소비할 때조차도 죄책감을 느끼게 한다면 부정적인 감정만 불러일으켜 좋지 않은 경험이 될 수 있다. 돈을 쓰는 주체가 ‘나’인데, 그 캐릭터가 ‘지름신’이라면 좋은 경험이 아닐 것이다.
어떻게 하면 부정적인 감정을 긍정적인 감정으로 바꿀 수 있을까?
“돈을 쓴다는 생각보다 돈을 지킨다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어때요?”
게임의 캐릭터에는 자아가 투영된다. ‘나’라고 인식되는 캐릭터가 돈을 가져가는 유령 캐릭터라면 사용자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을 것이다. 반대로 동물 캐릭터가 돈을 지킨다면 덜 쓰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닌, 지킨다는 것에 초점을 맞출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자아가 투영된 동물 캐릭터를 통해 시각적으로 즐거운 경험을 제공하고 게임에 더 몰입하게 만들기로 했다.
생명력을 불어 넣어보자.
귀여운 동물 캐릭터를 만들었으니 동물들이 뛰어놀 수 있는 배경을 만들고, 어떻게 놀게 할지 고민할 차례다. 처음에는 아이소메트릭 뷰로 동물 캐릭터가 동전 주변을 돌아다니는 것으로 기획했으나 3D 영상은 용량이 크다는 문제가 있었다. 그렇다고 용량을 줄이기 위해 화질을 낮추면 퀄리티가 떨어져 보이고, 모션을 짧게 하면 움직임이 너무 단조로워 화면을 보는 즐거움이 줄어들었다. 동물들의 움직임이 루핑되어 끊기지 않고 지속적으로 움직여야 하는데, 용량 문제로 인해 움직임을 줄여야 하는 문제가 발생하여 새로운 솔루션이 필요했다.
솔루션
움직임을 최소화 하여 용량을 줄이면서 동시에 동물 캐릭터의 귀여운 움직임들을 보여주는 것이 문제 해결의 목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짧은 애니메이션을 극대화 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했다.
숲이 배경인 만큼 숨을 수 있는 공간들이 많다는 것을 활용하여, 동물 캐릭터의 동작이 끊기는 것을 자연스럽게 풀어낼 수 있었다. 또한, 위가 아닌 정면에서 바라보고 그 안에서 깊이감을 통해 입체감을 극대화하여 화면이 풍성하게 보일 수 있게 됐다. 이를 통해 배경과 캐릭터의 상호작용을 보다 자연스럽게 구현할 수 있어 사용자 경험을 향상시킬 수 있었다.
디자인은 단순한 시각적 아름다움을 넘어서, 기능과 사용자 경험을 모두 아우르는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샐러드게임의 사례처럼, 디자인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창의적인 솔루션을 통해 해결함으로써 사용자에게 더 나은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
아무리 컨셉이 잘 나오고, 디자인이 잘 되어도 기술적으로 구현이 잘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제약이 있어서 못하는 것이 아니라, 그 제약 안에서 해결책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제약이 있으면 그 안에서 또 다른 크리에이티브가 나오기도 하고, 더 멋진 아이디어가 탄생하기도 한다. 제약 덕분에 현재의 모습으로 발전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강점을 더 살리자
샐러드게임의 컨셉을 만드는 과정에서 캐릭터가 귀엽다는 의견이 많았다. 게임의 장점인 동물 캐릭터를 여러 방식으로 보여준다면, 그 귀여움을 더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게임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으면서 인터랙션이 없다면, 이는 일방향 소통에 불과하고 자칫 지루해질 수 있다. 동물 캐릭터의 다양한 인터랙션을 통해 사용자가 더욱 몰입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샐러드게임에 대한 사용자 반응을 얻어내고자, 사용성 테스트와 인터뷰를 여러차례 진행했었다. 그 과정에서 캐릭터를 중심으로 한 시각적 만족도에 대한 높은 평가를 초기부터 받을 수 있었다.
“캐릭터가 너무 귀여워요! 제 스타일이에요!”
…다음 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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