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면 재택근무 하는 오늘 일어나 이 닦고 세수한 후 출근까지 걸린 시간 3초. 출근을 방구석으로 하였습니다. 직장인들에게 꿈같은 이야기 현실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뱅크샐러드 데이터 파운데이션을 이끌고 있는 천인우입니다. 데이터 드리븐 의사 결정을 위한 사용자 및 금융 데이터의 수집, 적재, 실험, 활용 등을 맡고 있습니다.
최근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에 대한 대응책으로 뱅크샐러드는 코로나19와 관련하여 위기 단계가 최고 수준인 ‘심각’으로 격상된 2월 마지막 주부터 전사 재택근무제를 실시하는 중입니다. 인력이 회사의 핵심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저희로서는 직원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너무나도 당연한 대응이었지만, 혹시나 갑작스러운 업무 환경 변화로 인해 업무 효율이 떨어져서 우리가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속도가 더뎌지지는 않을지 걱정이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재택근무를 했던 기간 동안 우리의 능률과 생산성은 오히려 향상되었습니다. 이게 어떻게 가능했을까요?
뱅크샐러드는 개발 효율성을 위해 코드 오너들에게 Pull Request 리뷰 리마인더를 주거나, PR 관련 데이터 수치들을 트래킹할 수 있는 Pull Panda라는 툴을 활용합니다. 이번에도 Pull Panda Analytics를 이용하여 재택 기간 동안 뱅크샐러드 개발자분들의 Pull Request 생산성, 코드 리뷰 반응 속도 등을 볼 수 있었는데,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재택근무를 했던 2주간의 생산성이 재택근무 이전보다 확연히 늘었습니다. 전체 개발 조직의 생산성 뿐만 아니라, 조직을 더 작은 단위로 나눠보아도 (data, backend, web, android, iOS) 모든 그래프가 비슷한 트렌드를 보이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절대적인 PR의 양도 늘었지만, 그런데도 PR을 리뷰하는 리뷰어들의 반응 속도가 현저히 향상되었으며, 결과적으로 PR이 merge 되는 속도도 향상되었습니다. 가장 두드러진 트렌드를 보이는 데이터 팀의 경우, PR 크기, 코드 리뷰 반응 시간, PR merge 시간 모두 평소보다 2배 가량 증가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흥미로운 건, 재택근무 1주 차의 능률보다 2주 차의 능률이 더 상승한 것인데요, 개발 인력들이 본인의 리듬을 찾아가는 과정이 있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냥 집에서 일한다고 무조건 업무 효율이 향상되는 건 아닐 텐데, 어떻게 팀 운영 및 개발 인원 관리가 되었기에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요?
전사적으로 다음과 같은 기본 규칙들을 정했고, 각 조직별로 협의를 거쳐 팀 상황에 맞게 규칙을 응용했습니다.
데이터 파운데이션의 경우는 업무별로 나눠진 내부 팀이 4개가 있습니다 — 실험 플랫폼, 데이터 엔지니어링, 데이터 R&D, 데이터 표준화 팀. 이 팀들이 각각 시간을 정해 매일 15분 정도의 스탠드업을 진행했습니다. 스탠드업 미팅의 목적은 업무 현황 (전날 수행한 업무와 스탠드업 당일 업무)와 내 현재 업무 진행을 가로막고 있는 블록커를 공유하는 것인데요, Google Meets 을 이용해 화상으로 진행하였으며, 모든 회의는 녹화하고 회의록을 작성해 부득이 참석하지 못한 팀원들도 내용 파악이 가능토록 했습니다. 블록커를 꼭 공유하는 이유는 재택근무 때문에 내가 해야 할 업무가 막혀있는 상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입니다.
여러 개의 스탠드업 미팅에 참석하는 팀원들도 있어서, 모든 스탠드업은 아침으로 몰아서, 매일 동일한 시간에 진행했습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오전은 얼굴 맞대고 현황 공유와 논의 사항들을 처리하는 시간이 되었고, 오후는 자연스레 집중적으로 업무를 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이해하기 쉽고 규칙적인 스케줄표를 만듦으로써 팀원들이 하루를 미리 계획을 할 수 있게 되었고, 오후에 집중이 필요한 업무들을 처리하면서 자연스레 능률이 향상되었습니다.
또한, 스탠드업 시간 이외에는 직원들의 업무 진행 상태 관리를 일절 하지 않았고, 모두 참석해야 하는 회의를 하지 않았습니다. 서로의 업무를 공유하는 회의는 스탠드업 미팅 하나면 충분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렇게 배짱을 부릴 수 있었던 건, 이번 바이러스 사태 훨씬 전부터 뱅크샐러드가 유연 출퇴근 제도와 재택근무 제도를 준비 중이었기 때문입니다.
조직이 30명일 때와 100명이 넘을 때는 일하는 방식이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슈가 생길 때마다 사람들이 모여서 미팅을 하는 방식은 scalable 하지 않습니다. 특히나 개발 직군의 경우, 장시간 집중을 필요로 하는 업무들이 많기 때문에, 갑작스럽게 잡히는 미팅들이 항상 달갑지만은 않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불필요한 미팅을 최소화하고, 비동기적으로 일할 수 있는 시스템과 프로세스를 갖추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개발과 기획에서, 프로덕트 스펙, 테크 스펙 등의 문서들을 필수적으로 작성합니다. 몰입해 코딩을 시작하기 전 협업이 필요한 부분은 오너십을 가진 사람이 빠르게 초안을 잡고 거기에서 코멘트를 주고받으며 모두가 비동기적이면서도 확실한 협업을 이뤄냅니다. 방향이 잡히고 결론이 나면 코딩 등 실행은 상대적으로 쉬운 부분이 됩니다. 문서를 최초 작성하는 사람에게는 조금 시간이 걸리는 일일 수도 있지만, 막상 작성하면 관련 논의들에 대한 기록이 모두 남게 되는 이점이 있고, 문서 리뷰를 하는 인원들은 기획 회의와 같은 미팅을 필히 참석해야 한다는 압박에서 벗어나, 본인이 편한 시간에 문서 확인을 하면 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업무의 상당히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기획과 개발 관련 논의가 문서화되면서, 재택근무 시 업무에 차질이 생기는 부분도 없어졌고, 문서에 업무의 기록이 남기 때문에, 관리 측면에서도 짐을 덜 수 있었습니다.
Jira ticket 을 이용한 업무를 활성화하였습니다. 즉시 응답이 필요한 소통은 슬랙을 사용하되 서로에게 일을 주고받을 때는 ticket을 활용합니다. 각자의 업무 리듬을 존중하고, 이를 생산성으로 이어가는 노력으로 볼 수 있습니다. 위에 언급한 문서 작업도 구성원들이 빠르고 활발한 문서 리뷰를 할 수 있도록 문서 리뷰 작업 자체를 Jira ticket 으로 만들고 나아가 Docubot 이라는 자동화 시스템을 만들어 슬랙 채널에 필수 리뷰어들을 태그하여 알림을 주는 기능도 활용하고 있습니다.
비동기적 업무 시스템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 것은 리더들의 역량입니다. 모두가 재택근무를 하는 환경에서 생산성이 오를 수 있다는 것은 조직 구성원이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모두 명확히 알고 있다는 것이 전제가 되어야 하는데요, 이를 위해 리더들의 매니지먼트 역량이 중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저희가 개발자 복지만 생각해서 무턱대고 재택근무제를 아무런 준비 없이 도입할 수 없었던 가장 큰 이유입니다. 오랜 기간에 거쳐 재택근무가 자연스러운 기업들 (Facebook 이나 Lyft 같은 실리콘 밸리 기업들 포함) 의 문화를 잘 이해하는 리더들을 채용하였고, 그 리더들이 팀원과 리더의 1:1 미팅 문화, 서로가 서로의 블록커가 되는 것을 수치로 생각하는 문화 등 팀원들이 자율적으로 퍼포먼스를 내도록 가이드해주는 장치들을 도입하였습니다.
이번 코로나 사태로 인해, 예정보다 빠르게 전면 재택근무를 시행하게 되었지만, 저희는 오히려 이 기회를 지금까지 한 준비에 대한 검증의 시간으로 활용을 했고, 지금까지의 준비가 헛되지 않았고 앞으로 성공적인 유연 근무제와 재택근무제를 도입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았습니다.
이번 경험을 바탕 삼아, 저희는 앞으로 개발 직군부터 시작해서 순차적으로 유연 근무제와 재택근무제 도입을 할 계획을 하고 있고, 주기적인 검증의 시간과 회고의 시간을 가지면서 궁극적으로는 전 직원에게 100% 자율성을 주면서 업무 효율성도 극대화하는 목표를 향해 달릴 예정입니다.
글을 쓰다 보니 벌써 점심시간이 되었네요. 잠깐 집 앞에 커피를 사러 나가봐야겠습니다. 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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