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뱅크샐러드 브랜드 디자이너 홍승재예요.
앞선 1편에서는 뱅크샐러드 아이콘 2.0 프로젝트의 첫 단추였던 ‘아웃라인 제거’ 에 대해 이야기했어요. 브랜드의 기존 관성을 깨고, 사용자의 직관적인 인지를 위해 선을 지우고 면에 집중하기로 한 과정이었죠.
하지만 합의를 마치고 나니 훨씬 더 큰 산이 기다리고 있었어요. 바로 700개가 넘는 방대한 아이콘을 단 하나의 오차도 없이 일관된 퀄리티로 관리할 ‘디자인 시스템’ 을 세우는 일이었죠.
“예쁘고 심플하게 그리자”는 모호한 약속만으로는 또다시 예외 케이스들이 생겨날 게 뻔했거든요. 결국 디자이너 개개인의 감각에 의존하던 영역을, 누구나 따를 수 있는 명확한 수치와 규칙으로 바꿔야 했어요.
이번 글에서는 흩어져 있던 700개가 넘는 아이콘을 하나로 묶어준 컬러 팔레트의 변화, 그리고 13가지 조형 규칙을 세워간 과정을 이야기해 볼게요.
아이콘을 전부 손보는 김에 BX팀에서 쓰는 컬러 팔레트도 함께 도마 위에 올렸어요. 나중에 따로 손보려면 두 배로 어려워질 테니, 지금 한꺼번에 정비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거든요. 이 과정에서 두 가지 고민을 마주했어요.
뱅크샐러드가 자산 관리를 넘어 유전자 검사, 건강과 같은 헬스케어 영역으로도 서비스를 넓히면서, 앱 내에 식재료나 식물 등 ‘자연물’을 그릴 일이 훌쩍 많아졌어요. 여기서 고민이 하나 생겼죠. 뱅크샐러드의 메인 그린 컬러는 특유의 아주 쨍한 ‘형광빛’을 띠고 있거든요.
“브랜드 정체성을 위해 무조건 이 형광 그린을 고집하는 게 맞을까?” “하지만 형광색 사과나 채소는 사용자에게 이질감을 주지 않을까?” 우리는 ‘아이콘은 사용자를 위한 표지판’ 이라는 1편의 결론을 다시 꺼냈어요.
화살표나 체크 마크 같은 UI 시스템 아이콘에는 브랜드 컬러를 확실히 쓰되, 일러스트 묘사를 위한 확장 팔레트(Illustration Palette)를 따로 두기로 했어요. 그렇게 기존 형광 그린에 옐로우를 아주 미세하게 섞은 ‘바질(Basil)’ 컬러가 탄생했어요. 이 색상 덕분에 금융 앱 특유의 차가운 톤을 덜어내고, 친근하고 따뜻한 라이프스타일 서비스를 아이콘에 훨씬 자연스럽게 담아낼 수 있었어요.
기존에 쓰던 머스타드(Mustard) 계열은 어두운 환경에 놓이거나 명도가 낮아지면 색이 칙칙한 ‘진흙색’으로 변해버리는 문제가 있었어요. 노란색은 빛의 밝기 변화에 가장 취약한 색상이거든요. 노란색에 검정을 섞으면 올리브빛으로 탁해지기 때문에, 기계적인 수치에 맞춰 명도만 낮추는 방법으로는 생동감을 유지할 수 없었어요.
그래서 숫자에만 기대지 않고, 사람의 눈에 맞춰 색을 미세하게 조정하는 Hue Shifting(색상 이동) 원리를 썼어요.
사람의 눈은 빛이 어두워지면 색상도 다르게 인식하는 착시를 일으키거든요. 이 착시를 보완하기 위해, 머스타드 색이 어두워질 때 단순히 명도만 낮추는 대신 색상(Hue)을 주황색 쪽으로 살짝 틀어주었어요. 색이 흐리멍덩해지지 않도록 채도도 일정 수준 이상으로 꽉 잡아두었고요.
수학적인 정답 대신 사람의 눈에 맞춘 시각적 정답을 찾아내니, 머스타드 컬러는 어떤 배경에서도 탁해지지 않고 따뜻한 황금빛을 유지하게 되었어요. 여기에 그동안 빠져 있던 로고의 핵심 컬러(Pink, Green, Blue, Sky)까지 팔레트에 넣어서, 프로덕트와 브랜드 간의 연결 고리를 단단하게 묶을 수 있었죠.
컬러를 다듬은 뒤에는, 700개의 아이콘을 마치 한 사람이 그린 것처럼 맞추기 위해 엄격한 가이드라인을 세웠어요. 형태의 단순함을 넘어, 사용자의 직관과 엔지니어링 관점의 완성도까지 고려해 만든 약속들이에요. 여러 규칙 중 대표적인 것들을 소개할게요.
700개가 넘는 피그마 레이어를 하나하나 열어 소수점 좌표를 정수 픽셀에 맞추고, 바질과 머스타드 컬러 수치를 조율하며 13가지 규칙을 대입하는 일은 절대적인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작업이었어요.
하지만 이 과정을 묵묵히 거치고 나니, 파편화되어 흩어져 있던 그림들이 비로소 ‘뱅크샐러드 디자인 시스템’이라는 하나의 견고한 언어가 됐어요.
체계적인 뼈대를 세우고 옷을 입혔으니, 이제 이 자산들을 실제 앱에 안전하게 안착시키고 동료들이 실무에서 더 편하게 쓸 수 있도록 돕는 일이 남았죠.
마지막 3편에서는 동료와의 디자인 리뷰에서 배운 것, AI로 검색어를 달아 반복 작업을 줄인 워크플로우 개선기, 그리고 700개가 넘는 아이콘을 실제 앱에 배포한 과정을 이야기해 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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